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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엠에는 평소 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김영배 상무가 있습니다.
그는 오랜 꿈이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에 도전해 9박 11일간의 여정 속에서 몸과 마음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고산병과 거머리 사건 같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연과 내면의 깊은 만남을 경험하며 진솔한 도전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도전’과 ‘성찰’이 무엇인지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06년에 입사하여 기술혁신본부에 근무 중인 김영배 상무입니다.
Q. 히말라야 트래킹이라는 쉽지 않은 여정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산을 좋아해 itm 산악회를 비롯한 여러 산악회 활동을 하며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전국 명산을 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산이 주는 성취감과 기쁨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됐죠.
히말라야는 오랜 꿈이었지만, 눈 덮인 설산에서 텐트 치고 산소통을 메고 오르는 ‘험난한 산’이라는 인식 때문에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산행기를 접하면서 롯지에서 묵는 다양한 트레킹 루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도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현장 근무를 마친 시점에서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ABC(Annapurna Base Camp) 트레킹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히말라야의 순수한 자연 속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삶’과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Q. 9박 11일간의 여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네팔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포카라, 나야풀을 거쳐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됐습니다.
푼힐 전망대,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해발 4,130m)까지 오르며 매일 새로운 풍경과 마주했죠.
힘든 코스였지만, 길가의 나귀떼, 순박한 현지인들의 미소, 수천 개의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온몸으로 자연과 삶을 느꼈습니다.
Q. 트래킹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지나 고산병을 의식하며 천천히, 숨을 고르며 걸어갔던 그 길 끝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표지가 보였을 때, 벅찬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습니다.
숨이 찰 정도로 기뻤고, 일행들과 함께 환호하며 사진을 찍는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새벽에 찾아왔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 아래, 하얗던 설산들이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을 때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등 히말라야의 거봉들이 일출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고,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은 마치 황금가루처럼 반짝였습니다. 그 장관 앞에서 사람들은 숨죽이듯 감탄했고, 저 역시 단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꽉 차오름을 느꼈습니다.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살아 있음' 그 자체를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습니다.
Q 거머리에 물린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당시 상황과 느낌은 어땠나요?
트레킹 초반, 고라파니로 향하던 비 오는 날이었습니다. 계속 허벅지 뒤쪽이 근질거리던 느낌이 이상해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젖은 옷을 벗고 확인했더니 양쪽 허벅지에 거머리에게 크게 물린 자국이 있었고, 피도 많이 나 있었습니다.
특히 왼쪽은 직접 볼 수 없어 더 당황스러웠죠. 물파스를 바르고 속옷을 갈아입는 사이, 방바닥에는 피를 가득 머금은 새끼손가락만 한 거머리가 웅크려 있었고, 그 징그러움과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일행들 모두가 거머리 이야기를 쏟아냈어요. 가슴, 다리, 양말 속까지 다들 어딘가 물렸더라고요.
이후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거머리'는 단순한 해충을 넘어 우리에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 됐죠. 작은 사건이지만,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Q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4,130m 고도의 ABC 롯지에서 잠을 청하려던 밤, 고산병 초기 증상이 찾아왔습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아프며 입술은 바짝 말라 타들어가, 물을 계속 마셔야 했죠.
통증과 불편함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습니다.
답답함에 롯지 밖으로 나가자, 눈부시게 빛나는 히말라야 밤하늘의 별들이 눈앞에 펼쳐졌고, 그 장관이 큰 위안이 됐어요.
새벽이 밝아오고, 안나푸르나 산맥에 떠오르는 황금빛 일출을 보며 자연의 웅장함에 감탄하던 순간, 고산병 증상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이었죠.
Q 이번 트래킹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안전에 세심히 신경 쓰며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직접 서 본 경험은 내게 큰 자부심과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고, 성취감으로 마음이 가득 찼습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삶은 정복이 아니라, 수용이라는 걸요. ABC 트레킹은 제게 있어 정신적인 성찰과, 탐구, 회복의 길이었으며, 앞으로의 삶을 더 단단하고 강건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언젠가 히말라야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히말라야는 단지 높은 산이 아닙니다. 그곳은 여러분의 내면 깊은 곳과 마주하는 장소입니다.
무조건 멋진 장비나 체력이 있어야만 가는 곳이 아니라, ‘가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 주세요. 그곳에선 겸손함과 자연과 소통하는 마음이 가장 큰 준비물입니다.
자연 앞에서 겸허히 서면, 어느 순간 삶의 진실이 문득 다가올 것입니다. 한걸음 내딛어 보세요. 히말라야는 늘 그 자리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